기업구조조정촉진법 부활을 반대한다: 법률신문 2011년 4월 25일자 by 김관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부활을 반대한다
김관기 변호사(서울회)

금융의 지배

은행들의 다수결로 워크아웃(법외채무조정)을 개시하여 기업을 관리하고 심지어는 매각하는 권리까지 규정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기존 절차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하고 2011년 실효하였다. 이 법률은 다수결로 소수의 의사를 억압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 시장경제에 반하는 권력을 금융업자에게 주어 기업 지배를 보장한다. 금융을 정부가 지배하는 점을 고려하면, 권력자가 특정 기업의 재무상태를 빙자하여 주인을 바꿀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한 때 잘 나가던 기업이 권력자에게 밉게 보여 분해되었다는 이야기가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나 가능한 역사일 뿐인가. 아무리 정치인, 금융인의 선의를 가정한다고 한들, 이러한 방식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통제경제를 지향한다.

그런데 이 법률이 폐지되자 마자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자들이 요란하게 부활을 외치고 나아가 항구화까지 주장하는 것을 보면 “금융업자는 군대보다 무섭다”는 격언(제퍼슨)의 타당성을 되새긴다. 그들은 경제활동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은 경제인, 금융인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런 식이면, 일반적 법치는 설 자리가 없다. 학교 일을 학교에서, 교회 일은 교회에서, 폭력단 일을 폭력단에서 처리하면 된다.

누가 누구를?

은행(bank)이 파산(bankruptcy)과 어원을 공유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은행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파산의 위험에 봉착한다. 1929년 세계대공황,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이후 저축은행 사태가 그렇다. 은행의 생존은 자산인 채권의 건전성 즉 채무자의 자력에 의존하기에 평소 기업의 행동을 감시하고 담보를 확보하고 경영에 간섭한다. 기업이 위기에 닥치면 은행도 같은 운명에 처하며 그것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은행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은행이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특권을 가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작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연장하려는 입법을 위한 기자 반 금융업자 직원 반 공청회에서 입법을 옹호한 관변 학자는 개별기업들의 행동이 조정의 실패 상황에 이르게 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권력이 개입해야 한다면서 미결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인용한 바 있다. 분리심문을 받는 공범들이 둘 다 부인하면 둘 다 무죄가 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는 자신만 부인하여 유죄가 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고 상대방은 자백하여 가벼운 처벌을 받는 상황을 두려워하여 모두 자백하고 모두 중간 정도 처벌을 받는 균형 운운하면서 각 채권자의 전략적 행동을 막기 위한 통일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논변을 제시하였다. 아마도 그들은 필자가 채권자와 채무자, 채권자와 다른 채권자들 사이에는 조화할 수 없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어 은행이 대리인으로서 본인인 전체 채권단을 배반할 유인이 있다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지적하면서 한 미결수에게 다른 미결수의 행동을 지령할 권한을 부여하면 “나는 부인을 할 터이니 너도 부인을 하라”고 몰고 가면서 자신은 자백하여 이익을 취득할 것이라고 반박할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으리라. 경제위기상황에서 은행은 당사자이고 선수이지, 규제권자, 심판이 아니다.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경기는 아무리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코메디다.

법정절차의 불리함은 날조

‘법정관리’에 비하여 은행관리가 기업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마치 법률가가 기업을 경영한다는 그릇된 인상을 전제로 그래도 은행이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식이다. 이것은 완벽한 날조이다. 법정 절차에서 재판부는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다만 위법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할 뿐이다. 워크아웃 중에는 은행에서 관리단이 기업에 상주하면서 자금흐름을 통제하는데 이것은 경영의 맥을 끊을 정도이다. 게다가 은행은 당사자의 하나로서 다른 채권자의 희생 하에 자신의 채권을 우선할 유인이 있다.

현대의 도산절차는 기업활동의 지속을 추구한다. 절차 개시 이후 기존채무의 지급유예 상태에서 기업가치의 유지와 증대를 위한 노력을 기존 경영자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물품 공급과 신용의 제공은 공익채권으로서 특별한 보호를 받기에 사법절차가 기업의 생산에 장애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식함이다. 법정의 절차 개시 이후에 대출과 하자보증 등 추가신용을 금융업자들이 공여하지 않으니 법정관리는 기업에 이익이 없다는 주장은 금융업자들이 담합행위를 하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다.

워크아웃은 법정의 도산절차를 피하기 위한 채권자 채무자의 어디까지나 자발적 노력이다. 은행의 강제권 없이는 워크아웃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마치 삼각형처럼 생긴 사각형이라는 식의 형용모순(oxymoron)이다. 도산절차가 활성화되면 은행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채무자와 다른 채권자를 설득하여 워크아웃에 나설 것이다. 그동안 은행이 기업에 군림하여 오던 부끄러운 관행을 버리면 어느 기업이 자발적 채무조정에 나서지 않겠는가. 법정의 절차는 자발적인 절차를 장려하지 결코 금지하지 않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스스로 절차를 개시하고, 운영하는 기관은 정치적 통제를 받는 국회 밖에 없어야 한다. 은행에 그런 특권을 주어 온 한국적 상황을 외국투자가는 어떻게 인식하겠는가. 재무위기에 특정 은행 멋대로 기업을 처분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고 해도 투자하겠는가. 위 공청회에서 필자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근본원인이라고 하니 금융관계자는 한국에 독특하게 좋은 제도니 코리아 프레미엄이 된다고 강변한다. 세상에 이런 망발이. 경제활동에서 독특한 것이 자랑 아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3대째 권력세습도 좋은 제도라고 하지 못할 바 아니다.
  

소비자파산을 보는 시각 by 김관기

파산제도 또는 도산제도는 국제적 규모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가계와 기업이 생존을 위하여 적응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의 중심에 있습니다. 보다 덜 고통스러운 조정과 원상회복을 추구하는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여년 사이에 경제적 위기에서 깨진 것을 맞추고 구부러진 것을 펴는 교정과정으로서의 역할을 하여 왔으며, 중산층이 노숙자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며, 거시경제적으로도 내수를 진작하여 실물생산을 하는 기업을 보호합니다. 신용대출 담보대출을 포함하여 가계부채 문제가 거시경제문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금 그 중요성은 감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억제되어 왔던 파산보호 신청에 나서면서 폭증하는 현실은 개인의 선택이 문제의 근원이니 이것을 억제하여야 한다는 소극적 인식의 단초가 되기도 하여 조금이라도 빚을 갚을 여력이 있는 사람은 대상에서 배제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중산층 보전이라는 가치와 충돌하는 반면에 서민층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이 주목되지 못한 채 단순한 기술적인 사항의 변경으로 입법이 실행되는 예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파산보호를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 어쩌면 필요한 것인가의 여부는 사람들의 합의와 지지를 필요로 하며 또 파산제도에 대한 유효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때라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몇 년간 나름대로는 위기의 중산층과 생사의 갈림길에 몰린 서민 그리고 해체될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을 대변하면서 실무의 작은 조각을 차지해 온 것에 불과하지만 파산제도를 보충하는 ‘임의조정’이 제도화되어 있는 일본의 실무가로부터 그 운용실태를 들어 보고 또 자칫 진부해질 수도 있는 금융규제 및 사회안전망으로서 소비자파산의 정당성에 관하여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만든 것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들인 두 사람의 실무가가 각기 한국의 소비자파산제도, 일본의 임의조정에 대하여 강연하는 자리가 작은 첫걸음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변호사보수표: 변호사보수의소송비용산입에관한규칙에 의한 by 김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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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보수는 소송비용에 산입되어 상대방에게서 구상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파산법의 발견: 소비자 by 김관기

KOREANS FOUND BANKRUPTCY LAW

 

After the currency crisis in 1997, many Korean businesses went bankrupt and the people had to endure unemployment or decrease of income or both. Some people with few asset [h1] fell into poverty after consuming savings and assets while others found opportunities to accumulate assets at deflated prices.

 

Korean government extended its deregulation policy to banking and financial industry which had been highly controlled. Usury which had been avoidable in general was declared legal and money lenders which had often been punished with imprisonment were only required to register. Professional debt collection by non lawyers and factoring was newly introduced. The consumer credit industry expanded loan giving, taking advantage of the demand-increase policy designed for alleviation of the hardship of low-income people.

 

Collapse was inevitable. High-rate consumer loan compounded and revolved into huge debt. Nearly every one out of five economically active people carry debts which are insoluble regarding current income. They are economically slavesto creditors and debt collectors because they work solely for other people.

 

Some lawyers found that the bankruptcy law, which was rarely used in the bureaucratically-controlled economy, can be used to give relief to debtors by the discharge of financial debts and, after some debate and trial, it is becoming one of the major practices of the legal profession.


 [h1]또는, little money set aside, little money saved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왔으나 by 김관기



초선 김용태 의원을 앞세운 청탁입법, 도둑입법에 들러리 서고 온 기분.
일사불란하게 찬성하면 무엇인가 분위기가 이상할테니까...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못했지만,
prisoner's dilemma를 주장하는 분에게
그렇다고 죄수에게 딜렘마 해결을 맡기면 되느냐고 말하고...

법경제학교수인데 법률가들과 이야기가 안 된대요.
나는 경제 이야기를 했는데 말이지요.


kichok.pdf


역시 그들은 무섭습니다.
오죽하면 토마스 제퍼슨이 은행은 상비군보다도 무섭다고 말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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