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기 변호사: 평범한 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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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파산한다

은행의 어원은 파산과 같습니다.

은행과 파산 그리고 예금보험

은행 매장 문에 아래 공고가 붙었다:

“비정상적인 예금인출 때문에, 모든 예금주들이 공평하게 취급될 수 있도록 이 은행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은행 이사회는 은행을 주정부의 관할에 넘기는 것이 좋다고 보았습니다.” - Weston Independent, 1931. 10. 14.자, http://www.wvculture.org/history/businessandindustry/westonbankrun03.html, 2006.1.15.방문
파산(bankruptcy)의 어원은 은행(bank)의 그것과 같이 벤치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은행은 파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자금중개기관인 은행은 채권자이기도 하고 채무자이기도 하다. 은행은 대중으로부터 예금을 조성하여 이것을 기초로 수요자에게 대부를 하는데 받은 예금의 범위를 훨씬 넘는 대출을 일으켜 신용을 창조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일반의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리고 대출을 받아간 기업이 부실화되면, 대출을 실행한 채권자도 연쇄적으로 부실화된다.

은행의 건전성에 의문을 가지는 예금주들은 남보다 먼저 예금을 인출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악순환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 가서 경쟁적으로 예금 인출을 요구하여 은행은 초단기적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다(bank run). 이 위기에 처한 은행은 파산에 이른다. 물론 은행 자체가 건전하다면 다른 은행으로부터 차입하여 예금주들의 요구에 응할 수 있겠지만, 부실한 은행이라면 다른 은행이라도 동반부실을 원하지 않는 한 이것을 거부할 것이며, 또 사람들이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게 되면, 뱅크런에 직면한 은행은 그 부실한 가치를 실현하게 되고 예금주들은 본래의 채권액을 받지 못한다. 1929년 10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이 한 예이며 은행에 예금을 유지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것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1997년에 우리나라의 은행이 외국에서 빌려온 단기 차입금에 대하여 외국의 채권자들은 공동으로 대환을 거부한 것도 뱅크런의 한 예라고 보겠다. 직전에 설립된 우리의 예금보험공사도 예금주 보호제도의 중대한 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경우에는 아무 근거 없이 외국의 은행들을 포함한 예금주들이 부실한 은행에 대한 채권증서를 액면가로 파는 횡재를 하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현재 예금보험은 공적 기관인 예금보험공사(http://www.kdic.or.kr)가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기관별로 개인당 5천만원까지 보장된다. 웬만한 중산층은 금융기관별로 분산 예치함으로써 절대로 보장 받는 액수이다. 금융기관은 예금의 수신 규모에 기술적인 방법으로 산출된 요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보험료를 공사에 내고, 금융기관이 파산하여 예금을 한 사람들에게 지급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공사가 예금주에게 ‘보험금’의 형태로 예금을 돌려준다.

법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는 금융기관에 있지만 그 재원은 예금자에게 지급할 수 있었던 이자를 줄여 마련할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예금자들을 위하여 금융기관이 보험에 드는 것이다. 보험료를 내기 위하여 금융기관은 ‘예대마진’을 확대한다. 예금을 하는 자는 누구든지 원래 예금보험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예금이자보다 적은 이자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예금인출사태의 가능성을 확실히 줄인다. 그렇지만 예금주가 은행의 관리자를 자세하게 감시할 유인을 줄이며, 은행관리자로 하여금 위험의 인수를 장려하고 따라서 간접적으로 은행체계를 취약하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사회정책적인 정책결단의 결과이므로 불가피한 것이고, 또 예금액 전부 보장이 아니고 일부만을 보장함으로써 약간이라도 줄일 수 있다.

파산(두번째 의미: 파산절차)에 의한 채무자의 면책은 파산(첫번째 의미: 지급불능)을 보험사고로 한다는 면에서 예금보험제도와 같다. 보험료는 금융소비자에게 비싼 이자를 물리는 형태로 조성되고 형식적으로 채권자는 돈을 떼이고 채무자가 이익을 얻는다. 또 주로 우량한 금융기관은 채무자의 파산에 대비하여 보험을 들기도 한다. 들지 않은 채권자는 말하자면 자기보험(self insurance)을 운영하는 것이다. 역시 불가피한 도덕적 해이는 면책 범위의 조절로 줄일 수 있다.